차도성
2015년 벽두부터 남북대화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2월29일 정부가 북한에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1월 중 남북당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3일 후 1월1일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각종 회담은 물론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힘으로써 남북대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남북관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최적의 시간으로 인식하고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대화전략을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남북대화 전제조건으로 ‘대북전단 살포중단’과 ‘한미연합군사훈련중지’를 요구하고 있어 회담 전망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점이다. 엄밀히 볼 때 남북대화 재개 문제는 우리 정부도 필요한 현안이지만 북한에는 더욱 절실한 수단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집권 4년 차를 맞는 김정은 정권에서 남북대화가 생존의 선택으로 인식될 정도다. 김정은 체제가 안고 있는 안팎의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절실한 과제라는 것이다.
북한의 지난해 핵무장 선진화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경제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내부적으로 역점을 두었던 경제개혁은 부작용만 초래됐고 외자도입의 실패와 교역부진으로 인한 경제위기는 김정은 통치자금까지 바닥이 날 정도다. 이러한 정권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를 통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재개 등 경제협력을 필수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당면한 대외적 딜레마는 체제위기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 팽창으로 국제적 제재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해는 열악한 인권문제가 유엔에서 난타당하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反 김정은 기류는 북한을 테러국가로 재지정하는 절차로 진행 중이다.
더욱이 북한의 맹방인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 지면서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북한의 당면 현안 인 취약한 대외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남북대화는 김정은 정권의 절대적 이익이 걸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김정은이 연초부터 남북대화 공세를 취하는 근본 배경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될 문제는 북한 대화 전략에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주문이다. 김정은의 대화 전략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실패로 몰아가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집권공약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통일방안을 흡수통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산하에 통일준비위원회를 ‘떨거지’로 비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대박론’을 깔아뭉개고 성과를 방해하는 것이 최대 목표이며 과제다. 김정은의 이 같은 대화 전략은 남한의 통일전략(흡수통일)을 약화하려는 도식적 의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말기에 ‘통일 항아리’로 비유되는 통일기금운동을 전개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도 차기 정부 들어 용도 폐기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대화가 필요하지만 기피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전제조건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북한이 중단을 요구하는 전단 살포는 김정은 정권의 부당성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김정은 정권의 부도덕성과 부정, 비리를 고발하고, 정권유지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어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전단 살포 문제는 대화운영 방침에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도 김정은 정권안보에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 전략에 거부조건으로 이용됐다. 북한이 10일 미국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단할 수 있다”고 한 것도 핵무기를 공인받기 위한 명분 쌓기이며 회담의 주도권 행사와 중단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상투적 전략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18-01-16 1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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