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일진흥원 : 남북합의 ”풍성한 결실” 거두려면

류경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남한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로 촉발된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이 남북고위급접촉을 통해 8.25공동합의문 타결로 해소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에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대화를 통해 해소시킨 것은 무엇보다 값진 소득이다.
특히 남북화해와 신뢰를 전제한 6개항의 공동합의문을 채택한 것은 60년 남북대화사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성과로 평가된다.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 중요한 과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남북고위급 공동합의문 채택이후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8.25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을 가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북한이 이번 합의 내용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우리 정부가 지난달 28일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적십자실무접촉을 제의한 것을 북측이 만 하루 만에 수용한 것은 이 같은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강조한 남북고위급합의가 ‘풍성한 결실’을 거두려면 앞으로 남북간 협상에서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 체제 출범이후 첫 성과로 평가되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9월 7일 남북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에서부터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주문이다.
현재 남쪽 이산가족상봉 신청자는 6만 명이 넘는다. 신청자 대부분이 8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기 때문에 1회성 상봉에 그치지 말고 이산가족상봉을 정례화 해야 한다.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과 생존자들의 서신왕래는 물론 영상상봉도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운 고향산천과 혈육을 만나보기 위해 피눈물로 살아온 불행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도적 견지에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는 10월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첫 조치인 남북이산가족상봉 문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면 나머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도 잘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대북 민생인프라사업 등 수용해야

둘째, 북한이 이산가족상봉문제를 5.24조치 해제와 같은 정치문제와 맞바꾸려는 과욕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북한은 8.25남북합의에서 남측이 요구한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를 남북회담 최초로 유감을 명기했다. 이에 남측은 오래전부터 요구한 이산가족상봉 실현에 대한 보답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고위급합의 이후 북한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의 보장 없이는 5.24조치 해제를 반대하는 남한 국민이 72%에 이른다.
아울러 남쪽 관광객을 사살한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도 같은 입장이다. 때문에 북한은 이러한 남측 국민들의 특수한 정서를 분명히 인식하고 5.24와 금강산관광 문제를 합리적이고 순리로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북한의 이러한 발상의 전환 없이는 김정은이 강조한 풍성한 결실은 기대할 수 없다. 만약 이러한 선결조치가 없을 경우 남한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5.24조치 해제는 어려운 북한경제를 해결하는데 필수과제인 만큼 정치적 이용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셋째,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의료와 산림지원 등 대북 민생인프라사업을 수용하라는 주문이다.

(후략)

통일신문 www.unityinfo.co.kr/sub_rea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