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일진흥원 : 이산가족상봉,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가

황인표

우여곡절 끝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다. 1차 540명, 2차 443명으로 1차는 우리가 주관하고 2차는 북측이 주관했다. 1년 8개월 만이다. 그나마 이번에도 만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어서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명단에 들지 못하면 또 언제 상봉의 기회가 올지 몰라서 더욱 그렇다. 다음번에 순서가 온다하더라도 자신들의 생사여부도 불확실하다. 거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미끼·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되

납북자, 전쟁포로, 이념의 차이, 일자리 찾아 가족을 등진 이야기 등 이산가족의 헤어진 이유와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서 주관하고 있는 이산가족통합정보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88년 이후 2015년 9월말 현재까지 그간 총 13만여 명의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중 생존자는 6만 6천여 명이 등록되어 있다. 이중 54%가 80세 이상의 고령이다.
이번 상봉행사에서도 만남의 장소에서 쓰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고령자들의 한숨소리는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 분단 70년이 흐르다 보니 1살의 어린 자녀도 70의 고령이 되었다. 이번 상봉에서도 직계 상봉은 5가족뿐이고 대부분 형제자매 상봉이다. 자식을 못보고 돌아가신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소리다.
문제는 이렇게 조금씩 감질 맛나듯 만나게 해서 언제 다 만나게 할 수 있겠는가에 있다. 이번 만남에 경쟁률이 무려 663대1이었다고 한다. 로또 경쟁률도 아니고 혈육을 만나는데 무엇 때문에 이런 바늘 구명을 통과해야 하는가.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잠재적 신청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우리 측에서 포기하고 있다가 북측에서 찾는다는 소식에 나가는 사람도 상당수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현재의 규모와 형식으로 이산가족을 다 만나게 하려면 통일부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 수 6만 6천여 명을 기준으로 볼 때 160회 이상 상봉행사를 하여야 모두 해소할 수 있다. 최근 2년에 1번꼴로 행사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300년이 더 걸려야 겨우 한번 만나게 되는 것이다. 분단 70여 년에 겨우 20차례 상봉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태로는 결국 못 만난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비극이다.
해결책은 없는가. 사실 그동안 다양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었다. ‘상시 면담소’를 설치해야 한다거나 최소한 이산가족상봉을 ‘정례화’라도 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문제는 최소한의 정답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실천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의 자유’ 부여에서 해답 찾아야

특히 이산가족의 상봉이 정치적 이슈에 의해 출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산가족의 상봉문제가 인도주의적 문제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협상의 미끼로 삼아서도 안 되고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 아예 이 문제는 정치적인 것과 독립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고 정답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여행의 자유’를 부여하는 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선은 이산가족들 간의 서신 왕래와 통신의 자유를 허용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이미 동독과 서독의 사례에서도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독일에서는 ‘동?서독 간 문화협정(86)’을 체결하여 10만 여명의 청소년이 동?서독을 왕래하도록 하였고, 통일 직전 독일이 2억 통의 편지 교환과 4천만 통의 통화를 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하여야 한다. 이것은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며 동시에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하고 필요하다면 정치적?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북한이 주체의 장막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그들도 최근에 들어서는 외부의 눈과 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하자. 인권 관련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그러한 사례이다. 그래서 그동안 그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던 ‘인권 보호’와 ‘여행의 자유’를 헌법 개정을 통하여 명시하고 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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