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일진흥원 : 신한국인과 남북통일

김성윤

남북한을 합친 국토의 면적이 22만3,273평방키로 미터이다. 이중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쪽만의 국토는 절반에 약간 못 미친 10만140평방키로 미터이다. 여기에 181만 명이나 되는 외국계주민이 살고 있다. 얼굴을 대면한 30명중 1명을 이방인으로 보면 거의 맞다. 상황이 이러기에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로 볼 수가 없다.

한국의 정체성 큰 변화 겪을 수 있어

더욱이 민족적 동질성은 물론이고 우리만이 소유했던 민족적정체성 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점증하는 다문화주의가 한반도통일과정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캐서린 문 박사는 최근 ‘한국의 인구 변화와 정치적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지적했다.
2015년 3월 기준으로 신한국인은 181만여 명이나 된다. 1990년에 불과 5만 명이 채 안 되던 것에 비하면 매우 커다란 인구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변화는 지속되어 2020년엔 약 5%, 2030년엔 10%가량으로 급증 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밀입국 노동자 6만5,000여명을 포함해 약 50만 명이나 된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태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일부 동부유럽국가 출신의 여성결혼 이민자가 30여만 명이며, 중국에서 들어온 조선족은 45만 명이나 된다. 여기에 탈북자도 대략 2만8,000명으로 매년 10%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문화 가정이 늘어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여성출산율이 한국태생 여성들보다 높음에 따라 2020년엔 신생아 3명 중 1명이 ‘코시안(코리안과 아시안의 합성어)’이 될 것이다. 문자 그대로 한국의 얼굴이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정책과제의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 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한국의 국가 정체성은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즉 과거의 ‘인종-혈통’에 바탕을 둔 모델에서 ‘공민-영토’에 바탕을 둔 모델로 바뀌고 있다. 20세기 후반 비교적 동질적인 사회에서 태어난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는 21세기 점증하는 이질성을 어떻게 수용 할 것인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캐서린 문은‘상이한 언어와 낯선 문화를 가진 여러 나라 출신의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외국계 한국인을 ‘신한국인들’이라고 불렀다. 이들이 한국에 유입된 배경은 미혼문제, 노동력부족, 고령화 등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생겨났다. 그런데 이 과정을 겪으면서 정치적으론 민주주의를 심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긴 안목의 통일정책·교육 병행돼야

객관적인 상황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관적인 사고는 여전히 강한 ‘단일 민족’이라는 기존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신한국 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사회정치적 긴장과 불안, 갈등을 잉태 시키고 있다.
통일한국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성공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선출직 공직 및 시민사회조직들에 대한 신 한국인의 참여기회제공, 교육기회부여, 국가정체성과 국익에 대한 시민재교육 등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우리 내부의 노력으로 극복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극도의 종족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에 길 들여져온 북한주민들이 어느 날 통일이 되었을 때 문화충격 없이 이 사실을 현실로 받아 들 일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그 가장 큰이유가 북한정권의 정치적 정통성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정치적 정통성 주장의 근거를 민족적 순수성에 둬 왔다. 그들에게 다민족사회는 상상도 못할 이질적 세계일 것이다.
따라서 귀화인·탈북자 등 ‘새 한국인’의 존재는 통일과정과 이후 각종 선거에서 예기치 못한 걸림돌과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 한국사회 내부만이라도 ‘한민족, 한 핏줄이니 통일해야 한다’는 기존 통일논리와 목표를 벗어나 다원주의와 사회정치적 이질성에 기반 한 새로운 논리를 개발해야 될 것이다. 즉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나라, 인권이 보장된 나라, 보다 낳은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후략)

통일신문 www.unityinfo.co.kr/sub_rea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