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일진흥원 : 양안의 변화를 보는 우리의 시각

태종호

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66년만의 일이다.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국과 대만의 첫 정상회담은 양안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80초 동안의 긴 악수를 통해 같은 형제, 한 핏줄 중화민족임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정상회담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분쟁의 평화적 처리, 핫라인 격상, 대만의 일대일로 및 AIIB참여환영, 경제협력의 가속화와 정상회담 정례화 등 양안관계의 확실한 이정표를 세웠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 두 나라는 1992년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이후 경제문제에서는 단순한 협력관계 이상의 공조를 과시해 왔다.
대만은 전체 무역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 본토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대만인이 200만 명에 이른다. 양안 간 인적 교류는 연간 1,000만 명을 돌파한지 오래다. 이처럼 양안의 경제교류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정치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채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사상과 체제가 완전히 다른 두 나라의 속성상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이번에 두 정상이 만남으로서 신뢰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울림은 크게 다가온다. 그 동안 빈번하게 맞서 온 양안의 긴장을 해소하고 동상이몽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디딤돌이 마련된 셈이다.
앞으로 경제교류는 물론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도 질적 변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중국과 대만의 관계개선과 신뢰회복의 진전된 모습을 보면서 우리 한반도의 현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앞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고 수차례의 정치군사적 회담으로 남북합의하에 훌륭한 결과물도 만들어 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교류와 민간교류 역시 남북 근로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통일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개성공단이 10여년 넘게 가동되고 있고 지난 10월 20일부터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재개되어 혈육의 정을 느끼게 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민간교류 차원의 사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를 통한 크고 작은 사업들과 체육과 종교를 통한 교류, 겨레말 큰 사전 공동편찬사업을 통한 문화교류, 현재 남북이 민족동질성회복을 위해 벌이고 있는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남과 북은 그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고 성과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더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아직 우리에겐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여전히 남북의 테이블위에 놓여있다. 크게는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이산가족의 상시만남과 서신교환,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등이 통일 이전에 남북이 지혜를 모아 후회를 남겨서는 안 될 사안들이다.
큰 틀의 민간교류를 포함한 사회문화교류를 확대하여 남북한 간의 거리감을 줄이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 이행이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흔들림 없이 다음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통일을 향한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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