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일진흥원 : 120년 간의 한.중.일 삼국지 준비된 국가만이 미래 얻는다.

권홍우

‘중국과 일본이 싸우면 누가 이기나?’ 청일전쟁(1894.8~1895.4) 직전 중국의 영국인 군사고문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내다봤다. ‘당연히 일본이 진다.’ 독일참모본부도 ‘일본의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막상 우열을 겨룬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일본의 압도적 승리.

　승패는 일찌감치 갈렸다. 개전 초인 1894년 9월의 압록강 해전에서 일본은 완승을 거뒀다. 청의 군함 14척 중 5척이 격침·좌초되고 3척이 파손된 반면 일본은 군함 12척 중 3척이 파손되는 데 그쳤다. 전사자도 9.4대1 비율로 청이 많았다.

　청의 우세를 점쳤던 서구 열강은 경악했다. 근대 해전이란 외형과 총 톤수에서 결정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청의 전력은 군함 64척, 어뢰정 24척으로 총 8만4000여톤. 군함 28척, 어뢰정 24척에 5만9069톤인 일본을 앞섰다. 북양함대는 영국의 동양함대와 맞먹었으며 세계 8위의 전력으로도 평가받았다. 청 해군이 독일에서 사들인 7335톤급 자매함 진원과 정원을 이끌고 1891년 도쿄를 방문했을 때 일본이 공포에 떤 적도 있다.

　압록강해전 완패 이후 청은 전의를 상실한 채 바다와 육지에서 연달아 패배, 일본에 굴복하고 말았다. 톈진조약으로 일본은 조선의 지배권을 인정받고 대만과 랴오둥 반도를 할양받았다. 살아남은 청의 함정들은 ‘배상함’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빼앗겼다. 청 연간 세입의 2.5배, 일본 예산의 3.8배에 이르는 은화 2억 냥(兩)의 전쟁배상금을 일본은 알토란같이 써먹었다. 선진국의 상징이던 금본위제도를 도입하고 도로와 항만, 산업시설과 군비를 확충해 나갔다. 제국주의 일본의 호전성이 이때 맛본 꿀맛의 기억에서 싹텄다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의 아르마다(무적함대)’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북양함대를 무너뜨린 것은 총체적 부패. 해군 전체 예산의 절반인 3000만 냥이 서태후의 별장(이화원) 건립과 환갑잔치에 전용되고 병참부서는 화약을 빼돌렸다. 일본을 떨게 했던 전함 진원과 정원은 단 3발의 주포 포탄을 갖고 싸웠다. 그나마 품질 불량으로 사거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훈련도 부족해 개별 병사들의 기량에서 뒤졌다. 함량 미달 지휘관의 전술도 패배를 불렀다. 거함의 돌진력으로 적함을 들이받아 침몰시킨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벌 떼처럼 함포를 쏘아대는 일본에 먹히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산업생산과 건함 능력 차이가 전투 이전부터 승패를 결정지었다. 양측이 보조함으로 활용한 국산 함정의 크기와 성능은 비슷했으나 청은 외국인 기술자들이 만들어 준 반면 일본은 시간이 걸려도 기술을 몸에 익힌 뒤에야 국내 건조에 들어갔다. 무기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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