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일진흥원 : 통일에 대한 착각 있으면 안 돼

황흥룡

한국정치와 일반의식에서 통일만큼 중요한 이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남북한 사람 대부분 통일이 민족의 최종 목표라고 주장하곤 한다.
아직까지 남한의 통일에 대한 희망은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20~30년 전에는 없었던 통일에 대한 의심은 세월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기본적인 이유는 천문학적인 수준을 필요로 하는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분단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서로 공유한 경험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민족정체성의 약화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통일이 남한경제에 도움을 주어 경제향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의심스러운 주장이 아닐까 싶다. 북한의 임금은 잘 살지 못하는 아프리카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500~700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다. 노동자가 한 달 일하고 받은 임금으로 남한 슈퍼에서 캔 커피 한 잔 밖에 살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북한에서도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있다. 개성공단이나 독립채산제 덕분에 수출을 잘 하는 공장의 노동자 월급은 남한 돈으로 3만~10만 원 정도이다. 물론 현재는 이러한 노동자들이 소수이긴 하나 북한경제가 향상됨에 따라 그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이 통일을 이룬다면 북한노동자들이 과연 낮은 월급으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통일로 한 나라가 된다면 지역 간 임금 수준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러한 격차가 매우 클 수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북한노동자들은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파업을 할 권리나 독립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를 얻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 된다면 남한 노동자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요구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결국 통일 이후에는 북한노동력이 계속 값싸게 남아 있을 수는 없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도 어느 정도 부풀려진 신화라고 생각된다. 북한이 남한보다 자원의 양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기준에 비하면 그리 풍부하지도 않고 다양하지도 않다는 근거가 있다. 북한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는 지하자원을 수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 근거 중 하나이다.
북한지하자원이 남한경제 성장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경제향상 요소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뿐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과거 제국주의 논리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논리는 19세기말 한반도 침략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려 했던 일제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북한사람들은 남한의 이러한 논리를 환영할 수도 없고 남한사람들 역시 북한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야만 한다는 즉 북한을 마치 식민지처럼 생각하는 의식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후략)

출처 : 통일신문 www.unityinfo.co.kr/sub_rea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