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표 춘천교대 교수>
4차 핵실험으로부터 시작된 남북관계의 대치 형국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발 빠르게 국제공조를 이끌어 내고 중국을 사드(THAAD) 배치로 압박하여 재제에 동참시켰다. 러시아와 나진-하산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남북화해와 통일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과제는 전쟁 피하고 적대감 해소해야
이에 질세라 북측은 연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단거리 탄도 미사일, 그리고 방사포를 쏘아대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에서 운영하는 38노스 자료에 의하면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준비도 마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말로 하는 강경 어투는 물론이고 자료 화면만 보면 전쟁이다. 핵탄두 소형화와 고체연료 로켓 시험 자료 화면도 내보내고 있고, 게임 오락기에서나 등장할 파괴적 장면이 여과 없이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불바다’에 이어 ‘청와대불벼락’이라는 유치하기 까지 한 막말이 난무하고 있고, 우리는 경계태세 강화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른바 선전전이다.
일부에서는 ‘설마 전쟁이야 나겠는가.’라는 생각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다 정말 전쟁이라도 날 듯하다. 농담하다 고성 오가고 장난치다 주먹 오가듯, 서로 기선제압을 위해 내뻗는 잔 펀치에 코피 터지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역사는 아주 작은 실수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신하더라도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이 ‘안보 피로감’은 조속히 종결지어야 한다. 통일의 진행 과정에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전쟁을 피하고 적대감을 해소하는 일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합은 그 과정에 있어서나 그 결과에 있어서 평화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적대감 증진 상황은 평화에도 악영향이다. 평화를 위한다고 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비평화적인 행위는 자행되지 말아야 한다. 평화가 갈등과 대립보다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현재 상황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평화를 희생하고 있는가?
당장의 손해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당장 손해만도 고정자산과 재고자산 8152억(개성공단기업협회주장)에 원청업체와 협력사의 손해액은 무려 3조를 훌쩍 넘어 4조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2,000여명과 관련업체 12만 5천여 명의 일자리 상실, 거래처 클레임, 영업 손실, 기업신용 상실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부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비용은 차후 통일의 밑거름 될 것
직접 참여 기업만이 아니라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관광 업자들과 주변 상가들의 손해는 고려조차 않는 것인가. 상호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소모되고 있는 시범적 발사와 연료비 및 포탄 낭비, 훈련비용 손실에 오로지 좋아할 사람들이란 우리의 대립 속에 적대감을 불태우는 일군의 전쟁 옹호론자들과 무기상들 밖에 없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부정적 견해가 우리 경제에 간접적으로 미치게 될 손해는 지금 고려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온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은 또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보아도 그것은 명백하다. 북한이 항상 대립 상황에 동일한 대응을 했던 것을 상기해 보자. 그들에게 정답을 안내하지 않고 벌만 주면 다음 행동에서도 여전히 정답을 모르고 잘못을 저질렀던 것을 생각해 보자. 그 동안의 방법에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해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론의 여지는 없지 않지만 인간은 평화 지향적이다. 저명한 평화학자 길 펠(Gil Fell)은 그동안 인간의 공격성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평화 지향적이라고 했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현재의 평화 파괴적 대립국면은 그 자체가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후략)
출처: 통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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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18-01-16 1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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