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분단과 일본

정복규

남북분단의 원인과 배경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에 대한 올바른 대책이나 해법을 모색하고 제시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분단은 외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실제로 분단은 1945년 8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때는 남한도 없었고 북한도 없었다. 분단의 원흉은 김일성과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다.
1945년 8월 미국이 제안한 38선을 따라 국토가 분단되고 1948년 8-9월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북에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의 정부가 세워졌다. 그리고 1950년 6월 김일성이 이를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유럽에서는 전쟁을 일으킨 독일이 분단되었다.
1945년 이전 독일은 다른 나라들이 견제하기 어려울 만큼 군사력이 강하고 호전적이었다. 그래서 더 이상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못하도록 힘을 약화하기 위해 분단시킨 것이다.
독일은 전쟁이란 범죄에 분단이란 처벌을 받은 셈이다. 반면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침략하고 미국까지 폭격한 전범 국가 일본은 분단이란 처벌을 받지 않았다. 피해자 조선이 오히려 분단됐다.
억울한 일이다. 더구나 일본은 땅덩어리가 길어서 두 토막으로 자르기도 쉬운데 말이다.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조선은 당연히 미국이 차지했어야 할 전리품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조선을 소련과 38선으로 나누어 점령했다.
패전국 일본은 미국이 통째로 차지했다 물러가는 바람에 온전한 모양으로 남았다. 전리품 조선이 분단의 상처를 입은 것이다.
조선이 분단된 것은 무엇보다 힘이 약했기 때문이다. 국력이 약했기 때문에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 동안이나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았다. 힘이 부족했기에 스스로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 미국과 소련에 의한 분단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여전히 통일을 못하고 있다. 주변 정세가 남북 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다. 분단이 외세에 의해 이루어졌듯 통일 역시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러시아든 대외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국가이익이다. 한반도 통일이 그들의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 한 반대할 것이다.
미국은 남한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으로 한반도 분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악마’로 남겨놓아야 남한에 미군을 유지하며 무기를 팔 수 있다. 중국을 쉽게 견제하거나 봉쇄할 수도 있다.
최근 남한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회원국으로 참가하는 것을 미적거렸던 이유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러시아가 구상해온 5월 9일 전승절 전후의 남북정상회담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도 미국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분단을 정권 유지 및 강화에 악용하는 것도 문제다. 특히 독재 정권들은 분단, 반공, 안보 등을 구실로 권력에 대한 비판을 억압했다. 분단이 집권 및 통치에 이익이 된 셈이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통일경비는 건설적 투자비용이다. 반면 분단경비는 파괴적 소모비용이다. 분단 때문에 빚어지는 피해와 고통은 돈으로 계산하기조차 어렵다. 엄청난 국방비를 쏟아 붓고 있다.
국방비 말고도 체제 경쟁 때문에 쓸데없이 지출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 징병제도 문제다.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20대에 공부하거나 일하다 말고 군대에 불려가야 한다. 통일이 되면 모병제로 바뀐다. 그리고 분단은 영원히 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쟁은 일본이 일으키고, 그 죄과는 우리가 뒤집어썼다. 일본은 전쟁 책임을 안고 독일처럼 분단되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처럼 가해자였음을 새까맣게 잊고 ‘원폭 피해자’ 시늉만은 안 했을 것이다.
분단의 상처를 부둥켜안고 주변국들에 끼친 그 사악함을 끊임없이 성찰했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처럼 ‘도덕적으로 무시당하는 나라’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략)

통일신문 www.unityinfo.co.kr/sub_rea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