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가자

옥종호

학교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생, 교육내용을 교육의 3요소라 할 때 이들 교육의 3요소가 상호작용을 이루는 공간과 공간 주변의 환경, 물리적 설비조건을 학교시설 이라고 정의한다. 현대와 같이 다양한 종류와 규모의 학교교육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연구와 강의활동, 학생의 학습활동, 교육목적에 부응하는 교육내용을 알차게 담아낼 수 있는 학교시설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학교시설은 기획, 설계, 시공의 과정을 거쳐 건축된다. 그러나 학교시설의 품질은 건축가의 우수한 상상력이나 시공자의 탁월한 재주, 학교행정가의 날렵한 의사결정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교육전문가들이 학교시설은 그 시대의 문명과 그곳에 수용하는 교육과정의 기능을 반영하여야 한다고 그 성격을 규명한 시각에서 학교시설의 품질을 정의할 수 있다.
김정은이 북한사회의 전면에 등장한 2012년 이후 북한은 1977년 발표된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에서 정의된 북한 교육의 목적-자주성과 창조성을 가진 공산주의적 혁명인재의 양성을 달성하기 위한 측면에서 교육정책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와 같이 남북의 관계가 극도로 경색되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도리어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올라가자” 는 마음으로 북한 교육정책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그들이 교육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그에 따라 바람직한 학교시설의 변화 방향은 무엇인가? 그들은 그 방향에 맞게 잘 하고 있는가? 언젠가는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인데 그들과 우리의 동시 번영을 위해 학교 시설적 측면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우리는 그럼 지금 잘 하고 있는가? 함께 잘할 수 있는 방향은 없는가? 등을 살펴보고 준비하는 것도 통일의 길 위에 서있는 건축인의 사명 중 하나일 것이다.
스위스 유학시절 눈에 익었던 다양한 양식의 유럽 건축에 대한 로망 때문인 지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에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건축물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 언론에 등장하는 평양거리의 야경은 개혁개방에 성공한 북경의 밤거리를 보는 듯하다.
필자의 중국 접경지역 현장탐방 시, 화려한 조명으로 휘황찬란하던 단동에서 건너다보던 컴컴한 신의주 밤하늘, 길림성 삼합과 남평에서 내려다보던 함경북도 회령시, 무산시의 캄캄한 밤하늘, 한반도 주변 야간 위성촬영 사진에서 마치 바다와 같이 불빛 하나 없이 온통 검은 색이던 북한지역의 모습을 생각하면 과연 평양 과학자의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고층건물 안에 승강기는 있는 것인 지, 겨울철 난방은 되는 것인 지,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는 제대로 공급되는 것인 지, 화장실의 수세처리는 가능한 것인 지, 정화조처리는 제대로 되는 것인 지, 한마디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물인 지,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 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한 사회의 현황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에 가서 살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코 닿을 곳에 있지만 살아 보기는커녕 가 볼 수조차 없으며 검증할 수 없는 선전이 가득한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북한 학교교육의 정책변화, 교육환경과 학교시설의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그곳에서 살다 온 사람들을 통해 지식을 얻는 방법, 문헌조사를 통해 살펴보는 방법, 그들의 출판물을 통해 조사하는 방법 등 간접적인 방법만이 가능하며 이 논고도 그와 같은 방법에 기반하고 있다.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이는 정치 경제적 통일을 넘어 사회, 문화, 교육에 이르는 전 사회영역에서 이루어질 것이므로 교육 분야에서의 통일 대비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설사 불확실성 가득한 정보에 기반 한다 하더라도 개략적으로 교육을 담는 그릇인 학교시설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통일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남북한의 통일시나리오는 두 가지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단계적 통일로서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기초한 통일이며, 둘째는 북한지역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체제 붕괴로 인해 급격한 통일이 실현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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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통일신문 www.unityinfo.co.kr/sub_read.html